"직경 9.85㎜ 내시경 안에 400개 부품…수작업이 더 효율적" [르포]

입력 2023-09-10 12:00   수정 2023-09-10 13:00



"내시경에 들어가는 렌즈 외경의 두께는 약 5마이크로미터(㎛·0.005㎜) 수준입니다. 이러한 정밀한 작업에서는 기계보다 사람의 업무처리 속도가 5배가량 빠릅니다."

지난 7일 일본 올림푸스의 내시경 제조 공장인 아이즈 올림푸스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시에 위치한 아이즈 올림푸스는 올림푸스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소화기 내시경' 제조를 맡고 있다. 내시경의 주요 부품 가공과 조립, 최종 검사까지 모두 아이즈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첨단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아이즈 공장은 여전히 '숙련 기술자의 손 기술'을 핵심 제조 역량으로 꼽고 있다. 디지털화 도입도 진행 중이지만, 초정밀 공정에는 숙련된 장인이 기계보다 생산성이 더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마츠오카 켄지 아이즈 올림푸스 대표는 "현재 부품 제작은 100%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조립 공정의 자동화 도입율은 약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초정밀 공정의 세계...현미경 보며 '한땀한땀'
공장 직원들은 광학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부품 조립 작업에 열중이었다. 9.8㎜의 내시경 직경 안에는 약 400개의 부품이 탑재된다. 내시경 선단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벤딩(Bending) 유닛', 촬영 주요 장비인 '렌즈 유닛', 이미징 센서가 포함된 '이미징 유닛'에 들어가는 부품은 모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특히 렌즈 유닛은 세밀 공정의 핵심이다. 하나의 렌즈 유닛에는 약 7개의 렌즈가 들어간다. 유리를 반원 형태로 깎아 렌즈를 만든다. 이때 렌즈의 외경은 약 5㎛까지 정밀하게 깎아낸다.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렌즈를 쌓아 렌즈유닛으로 만든다. 렌즈 유닛의 직경은 약 3㎜로, 깨 한 알의 크기와 비슷했다.

공장 관계자는 "신입 직원들은 하루에 3~4개의 유닛을 만들 수 있지만 숙련된 기술자들은 하루에 400개의 유닛을 만들 수 있다"면서 "숙련도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벤딩 유닛에서는 0.2㎜ 크기의 볼트로 부품들을 조립하는 작업과, 이미징 유닛에선 3㎜ 크기의 기판에 10개의 케이블을 납땜하는 정밀 작업도 이어졌다.

아이즈 올림푸스는 직원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공장 4층에 마련된 별도의 '기능 스튜디오'에서는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숙련된 엔지니어의 주도하에 4명의 신입사원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렌즈를 흠집 없이 잡아내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입사 후 약 6개월 동안은 이러한 기초 훈련을 받는다.

이외에도 각 팀 리더에 대한 매뉴얼 교육, 국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등도 진행된다. 공장 관계자는 "의료기기 제조를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어느정도 공정에 익숙해진 2~3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재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자 생산성 높이고, '휴먼 에러' 막는 기술도입



아이즈 올림푸스는 공장의 디지털화를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은 작업자를 대체하기보다는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두대의 로봇과 인공지능(AI) 카메라가 기술자들이 조립 공정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부품을 최적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밖에도 이미지 센서의 납땜 배선 작업을 영상으로 촬영해 AI가 이를 분석해주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기술자들의 감각에만 의존하던 작업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납땜 기술의 개선점을 알려준다.

조립 공정에도 디지털화가 도입됐다. 최종 조립 공정에는 앞서 만들어진 유닛과 부품을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곳이다. 내시경은 '다품종 소량제작'인 만큼, 기술자가 하루에도 다양한 제품을 조립해야 한다.

이에 로봇은 작업에 필요한 유닛과 부품을 하나의 키트로 만들어서 보급한다. 또한 작업자에게 다음에 작업할 종류는 어떤 제품인지, 부품을 담아놓은 키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 지의 정보도 제공한다. 제품 조립에 필요한 나사도 자동으로 교체해둔다.



조립공정의 생산성을 높이고, 조립 과정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공정 작업에서는 일 100여대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켄지 대표는 "인간 베테랑의 작업과 최신 디지털 기술을 조합해 제조를 하고 있다"며 "사람은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에 투입이 되고, 나머지에는 자동화나 디지털 기술의 보급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현=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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